모비언트지회는

출범선언문

1999년 한라그룹 부도와 3000여 하청노동자 집단해고에 맞선 이 지역 한라중공업 사내하청노조의 투쟁은 하청 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을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민주노조 진영에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의 한계를 일깨운 최초의 투쟁이었다. 2001년 캐리어에어컨 사내하청 투쟁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급적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금 각인시켰으며, 98년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된 이래 제조업에서 최초로 2년 이상 된 노동자 105명을 정규직화 시켜내는 첫 사례가 되었다. 이어 원·하청 노조의 계급적 연대로 2002년 기아차 광주공장의 사내하청 노조 투쟁에서 640여 명 단계적 정규직화를 쟁취했고,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 투쟁에서 직접생산부서 282명 정규직화라는 제한적이지만 전국적인 모범 사례들을 만들었다. 2006년 지역연대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등 광주전남지역은 줄곧 하청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 서 왔다.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식칼테러를 계기로 아산, 울산, 전주공장에서 연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출범하고 기아자동차, GM대우,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 완성사 전반에 걸쳐 비정규직 투쟁 전선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2003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용인기업, 2005년 하이닉스매그나칩, 현대하이스코, 2006년 KM&I 군산 등 전국에 걸쳐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졌다. 이에 총자본은 구조조정과 다른 한 편으로 ‘진성도급’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조직적인 반격을 시작한 반면 노동진영은 원·하청 공동투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패배하거나, 기업별 수준의 해고 싸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힘겹게 반복하며 일희일비하였다. 그 끝에 29일간의 점거농성과 10여년 간의 투쟁으로 얻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동지들의 불법파견 소송 승소가 전국의 제조업 하청 노동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희망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투쟁의 시계가 잠시 멈춰있다.

중공업에서 자동차완성사에 이르기 까지 굴지의 대기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어나 투쟁 중이지만, 자동차 부품사와 조선소 블록공장 등 아래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동희오토와 현대위아 평택공장 등 소수 노동자들의 고단한 투쟁만이 그 빈 웅덩이를 채우며 흐르고 있다. 제조업 사내하청은 ‘모조리’ 불법파견이다는 판결문까지 손에 쥐고서 말이다.

우리 자동차 부품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선언’을 하는 순간 위로는 정권과 현대•기아 자본, 가깝게는 원청 자본의 2중, 3중의 탄압에 맞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우리에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는 달리 크고 강한 노조가 보호막이 되어주는 것도 아니다.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기업별로 단결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그럴 경우 각개격파 당할 공산이 큰 게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무기가 있다. 광주지역 기아차 광주공장의 400여 협력기업 7400여명의 하청노동자들. 처지가 같고, 투쟁대상이 같으며, 목표가 동일한, 가장 강력한 우군이다. 22개 1차 협력사 2200여 명 중 우리는 가장 꼭대기에 있다. 부품 이원화, 업체 철수가 두려워 노조라는 말조차 못 꺼내는 부품사 비정규직들에게 기꺼이 우리는 언젠가 봇물처럼 쏟아질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나 혼자만 정규직화’ 하려한다면 고립될 것이요, 지역의 부품사 비정규직들과 ‘함께 살자’고 나선다면 열릴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조건이다. 이것이 우리가 ‘현대위아비정규직광주지회’가 아니라 감히 ‘광주자동차부품사비정규직지회’를 자칭해야하는 운명이다. 그것이 옳은 이름이며, 인간답게 사는 이름이다.

우리에겐 무엇보다 완성사와 지역의 자동차 산업을 2시간 이내에 동시에 멈출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하지 않으면 감히 누가 하겠는가?

우리는 안다. 임금이 조금 올랐다지만 여전히 우리는 구조조정 피바람 속에서 원청회사가 가장 먼저 손쉽게 털 수 있는 주판알이라는 것을. 또한 안다. 우리의 단결이 아직 미약하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 등에 빨대를 꽂은 자들에게도 알려주자. 그 힘없는 주판알들에게 지역을 멈출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러기위해서 우리에게 다짐 하나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준비위원회 기간 2년 동안 “민주노조 건설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외쳐왔다. 정규직화는 그 수단일 뿐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그런데도 ‘나 혼자’ 정규직이 되려고 노조를 버리고, 동지를 파는 비극을 앞선 투쟁들에서 보았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열망, 뒤돌아가고 싶지 않은 치욕의 세월을 잊어버리는 순간, 우리 머리 꼭대기에 ‘정규직화’가 들어서고 ‘정규직화’가 최대의 목표가 되는 순간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우리를 단결시켰던 ‘정규직화 칼날’이 우리를 분열시키는 자본의 무기가 되는 순간, 우리는 하청 노예에서 정규직 노예가 될 뿐이다. “함께 사는 법”을 실천하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는 원칙을 뼈 속에 각인이고, 간뇌도지하더라도 사수하자. 자본이 우리의 손에 있는 ‘정규직화 칼날’을 빼앗아 휘두를 수 있을지언정,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열망’마저 우리의 심장에서 꺼내가진 못한다.

두 번은 오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가지고 미련 없이 싸워가자. 노조가 가능하냐고들 했지만 지금 우리 손에는 금속노조의 깃발이 들려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모든 ‘가능하냐’는 질문에 실천으로 답하며 ‘무모하다’는 이들의 입을 ‘무안하게’ 만들자. 공단의 거리가 금속노조 푸른 깃발의 물결로 넘칠 그 날을 꿈꾸며 부품사 하청노동자들과 어깨 걸고 신명나게 외치자! 인간다운 삶의 주인으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 노동해방 세상의 붉은 깃발이 넘실거리는 그날을 꿈꾸며 전국의 노동자들과 주먹 불끈 쥐고 신명나게 외치자!

‘노조는 나의 힘! 단결은 우리의 의무!’